오랜만에 여행기를 쓴다.
사실 여행에서 돌아온 몇 달은 여행 사진을 봐도 그립거나 설레는 마음이 덜했다.
그리고 수 달이 지난 후, 이렇게 일에 지치다보니 흔들리고 어둡게 나온 여행사진 한 장에도 마음이 설렌다.
다시 떠나고싶다!
이상한 나라로 달려가는 폴처럼, 니나를 찾아가는 폴처럼,
기대되고 들뜨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낯선 거리를 찾아나섰던 그 시간들이, 이제야 정말 그리워진다.
거리의 이름, 명소의 관광정보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수록 여행 당시의 분위기와 기분에 대한 추억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 물론 그리움때문에 더더욱 이쁘게, 애틋하게 포장해서 고착화해가고 있겠지만... :)
빈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나온 시각은 조금 늦은 오후였다. '젊은이들의 거리'였던가? 융엔 슈트라쎄? 이 거리에 들어서서 배를 채우려고 만만한 Nordsee에 갔다. 어느 나라를 가든, 이 곳이 버거킹 다음으로 만만했던 것 같다. 가격은 생각 안 나지만... 간단한 식사와 맥주를 즐기기에 부담 없었던 것 같다.
연어와 감자요리, 그리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생선요리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찬수에게 빈에 대한 설명을 들었었다. 부다페스트에 근무하는 동안 주말에 몇 번 왔던 곳이라 여행책자 없이 찬수에게 의지해서 다닐 수 있어서 편했다.
유럽의 고궁보다 사실 나에게는 이런 도시의 거리가 항상 더 기분좋고 편안했던 것 같다.
하늘이 바닐라스카이가 되어갈 시각이었고, 맑은 하늘에, 여유있고 쾌적한 거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낯선 거리를 걸어다니는 데이트가 정말 좋았다.
이런 길거리의 연주가 여행객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여유로운 감흥을 남겨주는지 연주자들이 알고 있을까? 굉장히 자주 들었던 곡을 연주하고 있어서 빈의 이 거리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었다. 낯선 여행지라기보다는 그저 동네의 알지 못하던 새로운 길을 발견한 '귀여운?',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노천까페, 이것이야말로 정말 나의 로망이다. 천호 공원 앞의 맥주집에서 내 놓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로망의 일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나에게 유럽의 노천까페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낭만적인 그림.
너무 붐비지도, 한산하지도 않은 거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저 금이 진짜라고 했던 것 같다. 이름이 생각 안 난다. - -;; 네이년에 검색해서 여행정보를 올리는 수고를 해야하겠지만... 패쓰.
상아빛 건물들, 그리고 노천까페의 붉은 지붕... 저 칼라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거리였다.
찬수는 저 퓨마 가방을 정말 새끼 퓨마라도 되는 것처럼 꼭 쥐고 다녔다. 요새도 가끔씩 저 가방 얘기를 하면서 웃는다. 항상 경계를 풀지 않고 허리춤에 바짝 붙이고 다녔던 찬수의 노고를 잊지 말아줘야지 :) 소심한 그, 나의 찬수.
2008년? 2009년? 유럽 방문의 해를 맞아 모든 유명한 건물이 거의 보수공사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건물은 너무나 복잡한 거리 한 가운데 건물들과 나란히 있어서 우리 렌즈로는 한 폭에 담을 수가 없었다. ... 이 주변은 정말이지 복잡했다. 서울만큼 - -;;
찬수 말에 의하면 얘네는 항상 이 곳에 있고 한국으로 따지면 *콘에 나오는 개그맨 정도의 공연을 한다고 한다.(찬수, 빈에서는 마치 로컬인처럼 나에게 잘난척을 해댔다. - -;;) 이런 공연에 사실 흥겨워해 본 적이 없어서 잠깐 보다가 자리를 떴는데 멋진 액션이나 댄스를 보여주는 아이들은 아니고, 귀여운 광대 수준의 몸개그를 보여주면서 몇마디씩 했던 것 같다. 히어링이 안되니 웃을 수가 없어서 더 재미 없었지만, ㅎㅎ
어느 흑인 소설가의 표현처럼, 칼로 잘라내는 듯한, 혹은 가위로 오려낸 듯한 '날이 선' 그림자가 떨어지는 저녁이었다. 노란 찬수의 얼굴이 계속 웃고 있었고, 나도 여행 초반이었지만 빈, 이 거리에서의 데이트가 정말 편안하고 기분 좋았다.
동양 여자아이가 거리 한 복판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진지한 연주, 멋진 그림이었다.
동영상 찍는 찬수. 정말 신난 표정이다.
이 거리에 대해 얘기하면서 계속 말해왔던 초컬릿... 케익 가게에 드디어 도착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아마도 내가 반할거라고.
다음날 오스트리아 왕궁 언덕에 올라가서 포장을 풀었는데, 나는 너무 달아서 한 입 먹고 찬수가 몽땅 먹어치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페라하우스를 지나며...
트램에 앉아 낮에 걸어다녔던 길이 저녁 풍경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적당...히 메워진 듯한 쾌적한 거리들...
오스트리아의 바닐라빛 저녁해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뒷모습들
낮에 북적거렸던 시청사 주변도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오후 아홉시정도까지도 해가 남아있기때문에 이런 초저녁같은 밝은 거리가 마치 유령도시처럼 조용해져버리는 조금 낯선 광경을 보게된다. 워낙에 빨리 문을 닫는 가게들...
언제나 야근을 종용하는 S사를 떠올리며 유럽의 이런 확실한 9to5 시간관념이 더욱 부러워진다. 하지만 가게들이 너무 빨리 문을 닫아 불편하긴 했다. - -;;
트램을 갈아타려고 내린 이 낯선 곳의 한 까페에 딱 한 테이블, 한 커플이 식사를 하면서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정말 피곤했다. 짐을 풀어놓은 숙소로 돌아간다.
사실 여행에서 돌아온 몇 달은 여행 사진을 봐도 그립거나 설레는 마음이 덜했다.
그리고 수 달이 지난 후, 이렇게 일에 지치다보니 흔들리고 어둡게 나온 여행사진 한 장에도 마음이 설렌다.
다시 떠나고싶다!
이상한 나라로 달려가는 폴처럼, 니나를 찾아가는 폴처럼,
기대되고 들뜨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낯선 거리를 찾아나섰던 그 시간들이, 이제야 정말 그리워진다.
거리의 이름, 명소의 관광정보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수록 여행 당시의 분위기와 기분에 대한 추억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 물론 그리움때문에 더더욱 이쁘게, 애틋하게 포장해서 고착화해가고 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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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른트너 거리
하늘이 바닐라스카이가 되어갈 시각이었고, 맑은 하늘에, 여유있고 쾌적한 거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낯선 거리를 걸어다니는 데이트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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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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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대성당(슈테홀)
그리고 실제로 이 건물은 너무나 복잡한 거리 한 가운데 건물들과 나란히 있어서 우리 렌즈로는 한 폭에 담을 수가 없었다. ... 이 주변은 정말이지 복잡했다. 서울만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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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건물은 Haas-Haus (대리석과 검은 유리로 이루어진 쇼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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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맛있어서 아마도 내가 반할거라고.
다음날 오스트리아 왕궁 언덕에 올라가서 포장을 풀었는데, 나는 너무 달아서 한 입 먹고 찬수가 몽땅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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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오페라하우스(슈타트 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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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야근을 종용하는 S사를 떠올리며 유럽의 이런 확실한 9to5 시간관념이 더욱 부러워진다. 하지만 가게들이 너무 빨리 문을 닫아 불편하긴 했다. - -;;
트램을 갈아타려고 내린 이 낯선 곳의 한 까페에 딱 한 테이블, 한 커플이 식사를 하면서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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